카드 발급 1년, 마일이 쌓이기 시작했다
작년 5월에 신한카드 싱가포르항공 더 베스트를 발급받았다. 해외 결제가 잦은 편이라 국내 항공사 마일보다 SIA 쪽이 낫겠다 싶었고, 결제금액 1,500원당 2마일(기본)이라는 적립률이 마음에 들었다. 부스터마일즈까지 합치면 일반 국내 결제도 3마일/1,500원이 된다.
발급 후 약 10개월이 지나니 누적 약 9만 마일이 모였다. 월 평균 7~8천 마일 정도 쌓이는 셈인데, 문제는 이 마일을 어디에 쓰느냐였다. SIA 홈페이지에서 공제표를 보면 노선마다 필요 마일이 천차만별이고, 같은 목적지라도 어떤 방법으로 발권하느냐에 따라 마일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났다.
직접 공제표를 뜯어보고 시뮬레이션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공유한다. 마일리지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SQ vs Scoot vs 스타얼라이언스, 뭐가 다른가
KrisFlyer 마일로 발권할 수 있는 채널은 크게 세 가지다.
싱가포르항공(SQ) — 풀서비스 항공사답게 기내식, 좌석, 라운지 모두 최상급이다. 다만 필요 마일이 높고, 한국 출발은 거의 모든 노선이 싱가포르 경유다.
Scoot(TR) — SIA 그룹 산하 LCC다. 기내 서비스는 기대하면 안 되지만, 마일이 압도적으로 적게 든다. KrisFlyer로 직접 발권 가능하다는 게 핵심.
스타얼라이언스 파트너 — 아시아나, 전일본공수(ANA), 유나이티드 등 파트너사 항공편도 KrisFlyer 마일로 발권할 수 있다. 아시아나 직항 비즈니스를 마일로 타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Zone 시스템과 출발지의 함정
SIA 공제표는 Zone 기반이다. 전 세계를 20개 정도의 Zone으로 나누고, 출발 Zone → 도착 Zone 조합에 따라 필요 마일이 결정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천(ICN)이 Z7이라는 점이다.
| 출발지 | Zone | 같은 Zone에 묶인 도시 |
|---|---|---|
| 인천 (ICN) | Z7 |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전역 |
| 타이베이 (TPE) | Z4 | 홍콩, 광저우 |
| 상하이 (PVG) | Z5 | 베이징 |
Z7은 Zone 번호가 높아서 동남아·호주 등 남쪽 목적지로 갈 때 마일이 많이 든다. 반면 타이베이(Z4)에서 출발하면 같은 목적지인데 마일이 확 줄어든다. 이게 바로 “포지셔닝”이라는 개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목적지별 차이를 보면 꽤 충격적이다.
| 목적지 | ICN 출발 (Z7) | TPE 출발 (Z4) | 절감 마일 |
|---|---|---|---|
| 싱가포르 이코노미 | 25,500 | 15,500 | 10,000 |
| 발리 이코노미 | 27,000 | 16,000 | 11,000 |
| 시드니 이코노미 | 44,500 | 30,000 | 14,500 |
| 시드니 비즈니스 | 108,500 | 77,000 | 31,500 |
편도 기준이니까 2인 왕복이면 차이가 4배로 벌어진다. 시드니 비즈니스 2인 왕복의 경우 인천 출발 434,000마일 vs TPE 출발 308,000마일. 무려 126,000마일 차이.
TPE 포지셔닝이라는 꼼수
그래서 나온 전략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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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Scoot 마일발권 ICN→TPE (9,500마일) → SQ 마일발권 TPE→목적지
오는 길: SQ 마일발권 목적지→TPE → Scoot 마일발권 TPE→ICN (9,500마일)
인천-타이베이 Scoot 왕복에 들어가는 마일은 2인 기준 38,000마일이다. 이걸 포지셔닝 비용으로 보면, 시드니 비즈니스의 경우 126,000 - 38,000 = 88,000마일 순 절감이 된다.
물론 공짜 점심은 없다.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SQ 티켓과 Scoot 티켓은 별개 예약이다. 한쪽이 지연되면 다른 쪽 항공사가 책임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천→타이베이 도착 후 타이베이→목적지 출발까지 최소 3시간, 가능하면 반나절 정도 여유를 두는 게 좋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밥 한 끼 먹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 하나, Scoot 대신 LCC 유상 항공권을 사는 방법도 있다. 인천-타이베이 편도가 5~8만 원 정도니까, 마일이 아까우면 현금 포지셔닝도 합리적이다.
노선별로 뭐가 가장 이득인지 따져봤다
내가 자주 가는(또는 가고 싶은) 목적지 기준으로 2인 왕복 마일을 비교해봤다.
발리
가장 효율적인 건 Scoot Saver로 68,000마일이다. SQ로 가면 108,000마일인데, 발리 이코노미에 SQ 풀서비스가 꼭 필요한가 싶다. 어차피 싱가포르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하니 Scoot로 ICN→SIN→DPS 찍는 게 마일 대비 훨씬 낫다.
비즈니스로 가고 싶다면 스타얼라이언스(아시아나) 직항이 210,000마일. SQ 비즈니스 228,000마일보다 싸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2026년 12월 대한항공과 완전 합병되면서 브랜드가 소멸하고 스타얼라이언스에서도 탈퇴한다. 합병 이후에는 대한항공(스카이팀) 노선으로 재편되기 때문에, KrisFlyer 스타얼라이언스 공제표로 아시아나 직항 비즈니스를 발권하는 건 올해까지만 가능한 옵션이다.
시드니
이코노미는 Scoot 100,000마일이 가장 저렴하다. 다만 Scoot 장거리는 좌석이 좁아서 체감이 꽤 다르다. 이건 취향 문제.
비즈니스를 노린다면 TPE 포지셔닝이 빛을 발한다. SQ 308,000 + Scoot 포지셔닝 38,000 = 346,000마일. 인천 직접 출발 434,000마일 대비 88,000마일 절약이다. 시드니까지 SQ 비즈니스를 경험하면서 마일도 아끼는 조합.
몰디브
인천 출발 168,000마일, TPE 포지셔닝 시 138,000마일. 어차피 SIN 경유 필수인 노선이라 포지셔닝 부담이 적다. 30,000마일 절약.
포지셔닝이 가치 있는 구간, 없는 구간
모든 노선에 포지셔닝이 유리한 건 아니다. Scoot 왕복 38,000마일이라는 비용이 있으니까, 절감 마일이 이 비용을 넘어야 의미가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 구간 | 절감 마일 | 포지셔닝 비용 | 순 절감 | 판정 |
|---|---|---|---|---|
| 시드니 비즈니스 | 126,000 | 38,000 | 88,000 | 무조건 |
| 발리 비즈니스 | 82,000 | 38,000 | 44,000 | 추천 |
| 몰디브 이코노미 | 68,000 | 38,000 | 30,000 | 추천 |
| 시드니 이코노미 | 58,000 | 38,000 | 20,000 | 괜찮음 |
| 발리 이코노미 | 44,000 | 38,000 | 6,000 | 미미함 |
| 유럽 이코노미 | 14,000 | 38,000 | -24,000 | 손해 |
비즈니스 장거리일수록 포지셔닝 효과가 극대화되고, 이코노미 단거리에서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실제 마일 모으는 속도와 목표 시점
카드 적립만으로 월 평균 약 6~8천 마일이 쌓인다. 여기에 연간 카드사 기프트 마일(있는 경우)을 더하면 대략 연 8~9만 마일 수준.
이 속도로 각 목표에 도달하는 시점을 역산해봤다.
| 목표 | 필요 마일 (2인 왕복) | 달성 시점 |
|---|---|---|
| 발리 Scoot 이코노미 | 68,000 | 이미 가능 |
| 시드니 Scoot 이코노미 | 100,000 | 2026년 하반기 |
| 발리 스얼 비즈니스 | 210,000 | 2028년 초 |
| 시드니 SQ 비즈니스 (TPE 포지셔닝) | 346,000 | 2030년 이후 |
시드니 비즈니스까지 가려면 4년은 더 모아야 한다. 물론 카드 결제를 공격적으로 몰면 앞당길 수 있지만, 마일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건 본말전도니까.
마무리하며
마일리지 공제표라는 게 처음엔 숫자 나열로밖에 안 보이는데, Zone 구조를 이해하고 포지셔닝 같은 전략을 알면 같은 마일로 훨씬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다. 특히 SIA는 Scoot라는 LCC를 같은 마일 프로그램으로 묶어놨기 때문에, 이 둘을 조합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목표는 시드니 Scoot 이코노미 발권이고, 장기적으로는 SQ 비즈니스로 시드니까지 가보는 게 꿈이다. 비즈니스 좌석에서 먹는 Book the Cook이 그렇게 대단하다던데, 그날이 오면 후기를 또 써봐야겠다.
참고
- KrisFlyer Award Chart (SQ) — SQ 자체 공제표 (PDF)
- KrisFlyer Scoot Award Chart — Scoot 마일 발권 공제표 (PDF)
- KrisFlyer Star Alliance Award Chart — 스타얼라이언스 파트너사 공제표 (PDF)